미국 내 미개척 표심,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닐 고 (Neil Goh)

우리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투표권을 포기하거나 적극적인 투표독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가 겪은 사회적 고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우리가 태어난 이 나라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몇 주 전 나이 많은 친척들과 뉴스를 보던 중, 어르신들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50여 개의 한인 소유 상점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성급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 당시의 시민들과 비교하자 곧 말씀을 아끼셨다.

나는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으로, 1980년 5월 전두환 전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후 광주가 어떻게 피비린내 나는 독재의 희생지가 되었는지 잘 알게 되었다.  5.18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건 중 하나로,  지미 카터 행정부의 용인 아래 신군부가 광주에 투입한  ‘검은 베레모’의 손에 평화적이였던 민주화 시위대와 시민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록 이들은  80년 당시에는 위험한 사회질서 파괴범으로 보도되었지만,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면서 오늘날에는 한국 민주주의를 살린 순교자로 이해된다.

나는 어떤 시위자도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광주 시위대의 에너지만큼은 지금 미국 정치를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본받아야할 것이다. 소위 현대 자유주의 사회의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아직 이렇다 할 정치적 각성을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말라 해리스가 조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로 발표되면서 처음으로 아시아계 사람이 대통령행 티켓에 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인종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선에 투표한 아시아계 유권자는의 약 49%에 그쳤다. 이는 백인과 흑인 투표율(각각 65%와 60%)보다 낮고, 중남미계 유권자  투표율(47%)과 비슷한 수치이다

이 숫자는 세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0년대에 이민자 쿼터제가 해제된 후 정치적으로 억압받던 고국을 떠난 나의 부모님 같은 사람들은 이민배척주의자들의 유권자 억압의 표적이 되었고 언어 장벽에 의해 의욕이 꺾였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세대의 많은 이민자들에게 미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질 것이다. 이 시스템적  장벽을 허물려면 먼저 입법자들은 영어로 음역된 이름을 가진 시민들의 유권자 등록을 어렵게 만드는 차별적 법률을 뒤집어야 하고, 정책입안자들은 아시아태평양계의 투표 데이타를 다양한 공동체들이 갖는 특유의 요구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해 민족 소집단별로 세분화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정치적, 시민적 참여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엉뚱한 이해와 대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반흑인주의에 대항하는 것에 있어서 이런 면이 두드러진다.  2016년 피터 량(Peter Liang) 시위를 생각해 보라. 중국계 미국인 경찰관이었던 량은 비무장 상태였던 28세의 흑인 남성 아카이 걸리(Akai Gurley)를 저격해 과실치사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천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자들이 뉴욕 거리로 나와 “하나의 비극, 두 명의 피해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미국의 사법제도가 아시아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미국경찰의 오랜 만행을 고려해보면, 이는 그릇된 판단에 기초한 행동이었다.

지금 아시아계 유권자들, 특히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우리 커뮤니티가 갖는 정치력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단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불평등을 넘어 모든 차별에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소위 “2세대”라고 불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자녀들은 정치적 전환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우리에게는 부모 세대의 독특한 사회적 고충을 깊이 이해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태어난 미국을 새로이 상상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이 정치적 특권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부당함에 맞선 싸움을 이끌 수 있게 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분열이 심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보다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바탕이 우리 손에 쥐어 줬다. 연대의 손을 잡고, 지역구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며, 시위에 참여하고, 사회운동단체에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우리는 현재 제도를 한 단계 한 단계씩 바꿔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동층 유권자 집단인 우리는 투표를 함으로써(연방 하원의원이자  민권의 아이콘이였던  존 루이스의 말을 빌어)”우리가 더 완벽한 연합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비폭력적 수단”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올바른 역사를 창조해야 할 때다.

[닐 고 (Neil Goh)는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필라델피아지역 아시아계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인 우리 센터의 자원봉사자다]

 

[필라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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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우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