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 4-15-20]
“우리는 세월호와 아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작 <부재의 기억> 관람하고, 다짐 나눠..
세월호참사 6주기를 기억하는 행사가 지난 11일(토)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모임(필라세사모) 주관으로, 30여명의 동포들이 참여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대한 염원 및 다짐을 나누었다.
행사는 김태형씨의 사회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과 시 낭송, 추도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관람, 참가자 간담회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 날 낭송된 시는 고 손정례 여사가 쓴 ‘세월호’ 였다. 고 손정례 여사는 세월호를 주제로 한 시를 세 편 남겼으며, 생전에는 지역 예술가들과 공연 등 세월호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였다.
이어진 필라세사모 추도사를 통해 이선아씨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동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완전한 진상규명을 이루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남은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초대이사 이태후 목사는 “세월호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치부는 앞만 보고 달려온 근대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사회가 만들어지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한, 마음에 병든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진정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이라면, 우는 이들과 함께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이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억식 참가자들이 관람한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승준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최종 후보작으로 올랐던 작품이다. 세월호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집중한 기존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와 달리, 당시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참사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 관람 후 참가자들은 오래 시간 여러 의견과 소감을 나누었다.
박혜정씨는 “오늘로 이 다큐멘터리를 세번째 보지만 볼 때마다 울게 된다. 세월호참사 현장에서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다시 확인 가능하다”며 다큐멘터리가 가리키는 부재의 대상이 누구인지 지적했다. 그는 또한 “ ‘기억의 부재’가 될까 두려운데, 필라세사모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참사를 계속 상기시켜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현실이 세월호참사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참가자도 많았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 가민씨는 “세월호참사 당시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경험과 악몽이 요즘 되풀이 된다”며, 세월호참사 당시의 한국과 코로나19 비상사태 중인 미국에서의 경험을 비교했다.
이호정씨는 “모두 힘든 이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며, 김경지씨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위기 대처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 해야한다”며 비상 시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도 나누었다. 뉴저지 그레이스 김씨는 “우리는 남인데도 다큐를 보는 내내 감정이 격해지는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힘들지, 6년 동안 어떻게 버티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된 학생들과 같은 나이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 참사 후 한 동안 우울했다는 한현숙씨는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을 꼭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참가자들이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호소하는 의견들이 오갔다. 이종국씨는 “다큐멘터리 속 청문회 장면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사람들부터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책임자들이 온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진상규명은 끝난 것이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권오달씨는 “한국사회가 지난 몇 년 동안 이만큼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투표를 통해서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번 415 총선에 투표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투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오수현씨는 “어린 아이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는데, 손뜨개 모임을 운영하며 조금씩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며 필라세사모 행동에 함께 참여한 경험을 나누었다.
황현순씨는 “다 우리 애들인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한이 맺혔는데, 무슨 목소리라도 내야한다”고 행동을 다짐했다.
이현옥씨는 “공소시효 1년을 남겨둔 이 시점에 이미 세월호 진상규명은 비상사태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평시와 다른 대책, 행동이 마련되어야 할텐데,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된다”고 밝혔다.
이 날 온라인 기억식은 세월호참사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만들어 온 안무가 김정웅씨의 공연 영상으로 마무리되었다.
한편, 필라세사모는 세월호참사 6주기 기억행동의 일환으로 4월 한 달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전시회 <별이 된 아이들을 그리는 시간>을 진행 중이다. 시, 그림, 사진, 영상 등 장르의 제한 없이, 세월호를 주제로 그리거나 만든 작품의 사진을 찍어 필라세사모에 보내주면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전시회 기획의도이다. 자세한 문의는 필라세사모(814-777-4379, philasewol@gmail.com).
<보도자료 제공: 필라세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