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외국 과학자의 주장이 나온다. 종이 커피컵에 유해물질이 묻어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체의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 앞에서는 귀가 솔깃해진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종이컵, 과연 안전한 것인가.
독일의 매체 벨트(Welt)지는 최근 스위스 식품포장 안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테이크아웃용 종이 커피 컵의 성분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종이 코팅에 사용되는 폴리 불소 중합체”라며 “이 물질은 사람 몸속에 들어가면 분해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이어 플라스틱 뚜껑은 대부분 폴리스틸렌으로 만들어지며, 이물질은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폴리스틸렌으로 만든 일화용 식기나 포장재는 환경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사우스 해들리 지역 보건위원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위원회는 ‘폴리스틸렌의 주요 성분인 스틸렌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플리스틸렌 용기의 사용 금지를 결정했다. 이 용기에 담겨진 핫도그와 음료를 먹으면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새로운 규정은 2015년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보건위원회는 전 세계 100개가 넘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식품 용기와 관련해 폴리스틸렌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만장일치로 이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식품 매장에서 제공하는 폴리스틸렌 일회용 식품 용기의 구매, 판매, 유통은 금지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을까. 종이컵은 종이원지에 폴리에틸렌(PE)이라는 합성수지제를 고온에서 14~30 ㎛ 두께로 코팅해 만든다. 식품과 접촉하는 안쪽에 PE 코팅을 하는 이유는 물이나 커피 등을 담았을 때 액체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PE가 녹아 나올까?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이 가득차도 PE는 녹아나지 않는다. 물의 끓는점은 100℃ 이지만 PE의 녹는 온도는 105~110℃이다. 끓는 물에는 거의 녹지 않는다. 매우 적은 양이 녹는다 하더라도 PE는 분자량이 커 인체에 흡수될 수 없어 건강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하면 PE가 녹는 온도인 105~110℃를 초과할 수 있다. PE가 녹거나 종이로부터 PE가 벗겨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회용 종이컵이나 포장재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할 때에는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용기를 사용해야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종이컵 안에 유지나 지방성식품, 술, 산성식품, pH가 5를 초과하는 식품 등 다양한 식품을 담을 수 있어 일회용 종이컵의 기준·규격 검사는 실제 사용조건보다 가혹한 조건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