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 4-24-20]
모든 아시아인을 바이러스 전파자로 보는 인종차별, 사회구조적 문제인식 필요
인종차별 피해는 펜주 인권위 지역사무소에 신고, 위급한 상황에는 911로
우리센터, 필라지역 아시아계 단체들과 피해상황 파악 등 공동대처 필요..
필라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아시아계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을 중심으로 논의와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와 폭력도 급증하였다. 런던에서는 십대들이 싱가폴 청년을 폭행하고, 이탈리아의 한 은행은 중국계 여성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했다. 3월 텍사스에서는 식품점을 운영하는 일가족이 흉기로 피습 당했고, 4월 초에는 뉴욕 브룩클린에 사는 30대 여성이 자신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염산 테러를 당하기도 하였다.
아시아태평양 정책기획위원회(Asian Pacific Policy and Planning Council, A3PCON)와 중국인 차별철폐 정책추진회(Chinese for Affirmative Action, CAA)에 따르면, 두 단체가 3월 19일부터 2주 동안 STOP AAPI HATE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 사이트를 통해 미 전역에서 접수한 인종차별 사례는 1,100여 건에 이른다.
어린이 피해 사례도 6.8%에 이르고, 아시아계 남성보다는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 사례가 두 배 정도 많으며, 상당수의 경우 식품점이나 약국,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별로는 중국인이 38.6%로 피해 사례가 가장 많고, 한국인의 피해사례도 16.5%로 두 번째로 높다.
필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감독이자 자유기고가인 랍 뷰셔(Rob Buscher)는 4월 21일자 WHYY 기사를 통해 최근 필라 시내와 인근 교외 지역에서 일어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10여 건의 인종차별 사례를 수집, 보도했다. 병원 진료 거부, 조롱, 폭언, 위협 등 모두 아시아인을 바이러스를 옮기는 잠재 보균자로 보고 혐오를 드러내거나 차별한 사례이다.
아시아계 주민들이 바이러스의 위험에 더해 인종차별과 혐오범죄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중으로 겪고 있는 가운데, 필라지역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권익 옹호 단체들을 중심으로 대처방안이 논의, 실천되고 있다.
이미 지난 달 26일 아시아계미국인연합(AAU)이 주관으로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를 주제로 한 화상회의가 진행되었다. 우리센터(Woori Center)를 비롯, 비엣리드(VietLead), 대필라캄보디아인연합, 모데로 앤 컴퍼니(Modero & Company), 케어(CAIR) 필라지부 등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 뿐만 아니라, 헬렌 김 필라델피아 시의원, 필라시 아시아계미국인위원회, 필라델피아 인권위원회, 커뮤니티 리걸 서비스(CLS), 사우스 필라델피아 희생자 및 목격자를 위한 서비스(VWSSP) 등 다양한 아시아계 커뮤니티 리더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종차별 사례 및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역사적, 구조적 맥락을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전화캠페인에 참여 중인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 활동가들
회의 참가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미국 사회 내 여러 구조적 문제점에서 주의를 돌리는 방편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인종간 대립과 분열이 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편적 의료보장이나 기본소득 보장제도 등 사회 안정망이 취약한 미국 사회에서 기존 경제적 불평등이 인종 간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유색 인종간 분열과 대립으로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트윗을 통해 여러 차례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고수해 비판을 산 바 있다.
김동윤 우리센터 컨설턴트는 1992년 경찰의 로드니 킹에 대한 과잉대응 사건이 흑인과 한인 간의 갈등으로 비화했던 LA 폭동 사건의 예를 들며, 미국 사회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오랜 구조적 문제를 가리기 위해 유색인종 간 분열과 대립을 조장했던 역사를 환기시켰다.
낸시 응우옌(Nancy Nguyễn) 비엣리드 대표는 “미국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모두 피부색이 다른 중국인이다”라며 아시아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종, 집단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한 커뮤니티 간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확산된 것은 백인우월주의와 반흑인주의, 그리고 그 근간이 되는 이방인 혐오(xenophobia)와 인종주의라는 제도화된 폭력 때문임을 인식하고, 이를 바꿔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대처방안과 실천도 이어졌다. AAU 등 이민자권익 옹호단체들은 이 날 논의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필라시 아시아계미국인위원회와 인권위원회, CLS, VWSSP 등은 인종차별 대처요령과 신고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공유했다.
펜주 인권위 지역사무소와 필라델피아 인권위의 핫라인(215-686-4670), A3PCON의 STOP AAPI HATE 웹사이트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AU, 비엣리드, 동남아시아상호원조연합(SEAMAAC), 우리센터 등은 4월 한 달 동안 전화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어떤 지원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인종차별 피해 사례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활동 중인 우리센터는 코로나19 비상사태 관련 연방정부, 주정부, 카운티 단위의 지원 내용을 목록화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목록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미교협) 웹사이트 https://nakasec.org/ko/covid19 에 국문과 영문으로 게재되어 있다.
우리센터 측은 보다 많은 정보를 한국어로 제공하고 한인들의 지원서비스 이용을 돕기 위해, 번역 및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구하는 중이다. 자세한 문의는 우리센터 267-645-9654, info@woori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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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우리센터)